[스타벅스 이벤트] 이건 다 무료 쿠폰 때문이다. ‘쿠폰 사용 기간이 1일 남았습니다.’ 종 모양 그림 옆에 초록색 점이 뜬 걸 깜빡하고 있었다. 별 12개를 …


이건 다 무료 쿠폰 때문이다.

‘쿠폰 사용 기간이 1일 남았습니다.’

종 모양 그림 옆에 초록색 점이 뜬 걸 깜빡하고 있었다. 별 12개를 적립하면 받을 수 있는 무료 쿠폰은 사용 기한 연장이 되지 않는다. 꼭 써 먹으리라. 7시에 오픈하는 인근 매장을 찾았다. 어제 못 본 대보름달이 어슴푸레 보일 듯 어둠이 남아있는 시간이었다.

나는 ‘스알못’이었다.

사이렌인지 세이렌인지 앱으로 척척 주문하는 지인의 모습에 물개 박수를 쳤다. tall 사이즈가 가장 큰 사이즈인 줄 알았다. 기프트 카드를 선물받고도 사용법을 몰라 수 개월간 고이 모셔 두었다. 매 달 커피쿠폰을 선물하면서도 카카오톡 선물하기만 이용했다. 스벅도 적립이 되면 참 좋을텐데 하면서.

이제는 앱을 깔고 사이렌 오더를 한다. 선물받은 쿠폰은 번호복사해서 앱으로 주문해 별을 적립한다. 이벤트 기간에는 한 잔 주문으로 별 2~3개 적립된다는 것도 알았다. 지난 연말에는 난생 처음 무려 17개의 별을 모아 그 유명한 스벅 다이어리도 손에 넣었다.

상상하는 ‘작가’의 모습이 몇 가지 있다. 그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. 이른 아침 피아노 음악이 흐르는 한적한 카페,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 커피를 주문한다. 슬림한 노트북을 펼치고 타닥타닥 커서를 밀어가며 하얀 용지를 채워 나간다. 어느 새 커피는 두어 잔 쌓여가고 하얀 용지는 거뭇거뭇해진다. 이른 바 집필에 집중하는 모습.

공저가 출간되고 (완전 대단히 매우 꽤 무지막지하게 쑥스럽고 어색하지만) ‘작가’라는 호칭을 얻었다. 공저 원고를 쓰면서도 내내 집에서 썼다. 6인용 식탁을 책 커피 간식 필기구 다이어리들로 잔뜩 어지럽혔다. 일찍 등교해 오후 늦게 돌아와서도 각자의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남매를 둔 예비엄마작가에게, 집이 시끄러워서 카페에 올 수밖에 없다는 이유는 내게 해당되지는 않았다.

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에서 글을 써 보고 싶었다.
내가 선택한 카페는 바로 별다방이었다.

‘제조한 음료 한 잔 (tall) 이 제공됩니다.’

이왕이면 비싼 거 이왕이면 시즌 음료를 마시리라. 신중히 고민 후 신속히 주문한 메뉴는 정말 맛이 없었다. 그냥 마시던 거 마실 걸. 후기라도 좀 읽어볼 걸.

한 페이지만 완성하기.
PERFECT 샘플 문서 작성하기.
원서 오늘 분량 완독하고 인증하기.

‘딱 세 가지만 하고 가야지.’ 하는 순간 모르는 번호로 차를 빼 달라는 전화가 왔다. 이제 24시간 거주자 우선 주차 지역이란다. 팔짱을 끼고 떽떽거리며 공지하는 거주자’님’을 뒤로 한 후 짐을 챙겨들고 나왔다.

내가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자고 초새벽부터 나섰나. 카페에서 글 쓰는 작가 코스프레 그게 뭐라고. 역세권 편세권 도세권 붕세권이면 충분하지, 잠시나마 스세권씩이나 꿈꾸었나.

주문한 맛없는 메뉴는 반이나 남기고 그냥 나왔다. 집에 와서 찾아본 메뉴 속 단어 tumeric 의 뜻은 ‘강황’이었다.

오늘도 가정법 과거 완료의 문장들이 쌓였다.
오늘도 쓰고 싶은 순간들을 쌓았다.

#일상스타그램#작가놀이#그게뭐라고#스타벅스#스벅#무료쿠폰#그건또뭐라고#스벅다이어리#비닐뜯었어도#중고거래가능한가요#미사용인데#뿌잉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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